2005년 02월 19일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들.
그의 첫 작품인 『개미』부터 베르나르를 접했습니다. 베르나르의 글은 다들 한번씩은 접해봤을 겁니다. 『개미』, 『개미혁명』,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타나토노트』, 『아버지들의 아버지』, 『뇌』, 『나무』를 읽었고 그 중에 『상절백과사전』, 『타나토노트』, 『뇌』, 『나무』는 구입까지 했습니다.

『개미』가 감명 깊었기 때문에 이후로 자주 그의 책을 들춰보게 되었습니다. 『개미』를 읽고 바로 『개미 혁명』을 읽었었지요. 당시나 지금이나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라서 책을 평가할 재주는 부족했지만 『개미 혁명』에서 받은 충격은 이후 제가 『개미 혁명』을 평가할 때마다 “쓰레기”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했다는 말이면 될듯합니다. 정말 형편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파악을 했어야 했는데 저는 『개미』로 인해서 덜미를 잡힌 겁니다. 『개미』가 상당히 잘 쓰인 소설이었기 때문에 이후 나오는 베르나르의 소설들을 한번씩은 보게 된 것이죠. 이후 『타나토노트』는 괜찮게 보았지요. 예, 과학적인 오류나 장치들이 눈에 거슬리기는 했지만 괜찮게 보았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들의 아버지』는? 아, 이건 정말 본 시간이 아깝습니다. 『상절백과사전』도 값을 못하는 느낌이고요. 아무래도 그가 어릴 때 모아놓은 지식들을 엮은 모음집이고 게다가 거의 다 개미에 관련된 내용이었지요. 그럼 요즘 와서 보게 된 『뇌』는 또 어떻고요. 그냥 소설을 본 느낌입니다. 또 『나무』는요? 이건 정말 왜 샀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그의 소설이 기발한 발상으로 모여 있다고 말을 하지만 그렇게 기발해 보이지 않다는 느낌입니다. 『타나토노트』의 사후 세계 탐사는 영화로도 있었고 『아버지들의 아버지』의 경우는 사실 새로운 발상 같은 것은 없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뇌』의 경우도 공각기동대, 매트릭스 같은 큼직한 작품에서 뇌에 전극 꼽는 시범을 보인바 있지요. 게다가 그의 작품들 중 다수가 과학적인 장치를 해놓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 장치들의 논리가 희박하거나 간혹 오류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타나토노트』에서는 전파를 이용해서 영혼이 은하 중심으로 간다고 한 적이 있던 것 같고 『아버지들의 아버지』는 미씽링크라는 창조론자가 자주 들먹이는 잘못된 지식을 이용했지요. 사실 미씽링크라는 것은 없거든요. 게다가 인류의 기원을 논하면서(논했다면) 생물학이나 인류학에 대해서는 공부를 안 한 것 같더군요. 『아버지들의 아버지』의 결론은 도저히 생물학적으로 말도 안 되는 설정이었습니다.

베르나르의 소설은 가볍습니다. 그게 장점이라고 할 수 있지요. 베스트셀러가 되고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는 이유도 공감이 갑니다. 하지만 다 읽고나서 무언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느꼈다면 이렇게 혹평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고민이나 노력 없이 쉽게 썼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리고 생각할 주제가 없다면 남은 기발한 발상들이라도 만족해야하지만 그리 기발하게 보이지 않더군요. 게다가 그는 자주 자기가 만든 설정으로 확장팩(?)을 내놓습니다. 『개미 혁명』, 『천사들의 제국』, 『나무2』(정확하게는 이건 아니지만), 그리고 『백과사전들』. 이렇게 자꾸 외전들을 보다보면 그가 너무 글을 쉽게 쓴다는 느낌을 받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는 너무 성행위에 집착합니다. 『개미』, 『타나토노트』, 『아버지들의 아버지』, 『뇌』, 그리고 요즘 나온 『인간』에도 있는 것 같더군요. 거의 모든 작품에서 언급되는군요. 실제 책의 전개와는 상관이 없으면서 한 장면씩 집어넣더군요. 이쯤 되면 헐리우드판 책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마련입니다.

이렇게 장황하게 실망을 해놓아도 결국은 그의 다음 작품을 읽게 될 것입니다. 가볍고 읽기 쉬운 것은 사실이거든요. 하지만 그만큼 남길 것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by 시노조스 | 2005/02/19 16:12 | Book and idea | 트랙백 | 핑백(1)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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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Skeptic.Cynical(.. at 2008/05/01 02:47

... 기 쉬워서? 정답? -_-; 제 블로그에 언급된 베르나르 베르베르 [『인간』/ 베르나르 베르베르] [『나무2』/ 강창모 외] [『천사들의 제국』/ 베르나르 베르베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들.] [[IRC] 베르나르판 쿼런틴 -_-;] PS1_그의 책은 유사SF가 아닐지? ..... PS2_요즘 나온 책도 읽어봐야 하는데 말이죠. ( 그래야 까지 -_ ... more

Commented by 취월백랑翠月白狼 at 2005/02/19 18:26
베스트셀러에 등극한 책중에 가볍지 않은게 얼마나 될까요. 특히 최근에 베스트셀러[우리나라기준]을 보면 대부분 센세이션에 편승한게 많더군요. 학교문학선생님께서 "요즘은 너무 가벼운것만 읽으려 들어서 큰일이야." 라고 하신게 생각나네요.

전 베르나르씨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유요? 아무래도 인기가 너무 많아서일까요[.....] 제가 반골기질이거든요ㅅ-;
Commented by arkardie at 2005/02/20 12:39
저는 과학에 무지하여 베르나르의 아이디어들이 어떤지 평가할 입장은 아닙니다만... 제가 봐도 어설픈 구석이 있다면 좀 문제가 있지 않나 싶어요. <개미>가 그의 전성기 아니었을까요. 굉장히 재미있게 봤는데, <뇌>와 <아버지들의 아버지>에서 엄청 실망하고 더 이상 안 봅니다.

링크 신고가 늦었네요.^^;
Commented by jwassa at 2005/02/20 20:58
개인적으로, '나무'가 그리 뛰어나다고 보이지는 않지.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의 단점이라고 보는 것은 아무래도 어려운 과학이란 요소를 너무 쉽게 풀어 쓰려 한다고 한달까. 깊은맛이 없어보인다는것.

나도 '개미'때가 좋았쥐!
Commented by 반물질호빵 at 2005/02/20 21:52
으음. 베르나르씨의 소설. 해피 SF 무크지에 그 사람 소설의 평들에 관련해서 재미난 글이 있었지요.
개인적으로 베르나르씨는 그리 높게는 평가하질 못하겠습니다.--;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5/02/20 22:59
저도 <개미>를 읽고 감탄했다가 <개미혁명>에서 실망했었죠.
벨날벨벨(?)아저씨의 장점은 독창성보다는 친숙함과 대중성, 그리고 발랄함(?)에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가끔 오버하다 헛발 디디는 게 문제지만)
Commented by 시노조스 at 2005/02/20 23:39
취월백랑님, 우리나라 베스트셀러 리스트만 봐도 암울함이 느껴지죠. 해리포터까지는 이해하는데. 부자되는 법에 대한 서적이라던가, 특히 아동용 책들이 베스트셀러를 채우고 있는 것을 보면. 참 -_-; 암울...

arkardie님, 개미가 전성기이긴 한데 그게 그의 첫 작품이라는게 문제인 것 같군요. -_-; 타나토노트까지는 봐줄만 합니다.

jwassa님, 나무는 아무리봐도 타 작가의 습작수준도 안되는 느낌이야. (갑자기 반말로 바뀌는 -_-)

호빵님, 해피SF무크 살껄 그랬습니다.

잠본이님, 개미혁명은 정말 쓰레기에요. -_-; 난잡한 스토리에 연관성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게다가 노랫말을 그대로 옮겨쓰는 방식을 꽤 많이 사용했다고 기억하는데, 그 노랫말들이 영 꽝이더군요.
Commented by 팽군 at 2005/02/20 23:40
음음.. 그렇지 개미가 재미있었지..
몰라 난 뇌도 재미있던것 같고 문제는 좀.. 일부러 꾸몄다
가식이라 해야할까나.. 그런점이 많은것 같기도하고
이외수 '괴물' 도 그거랑 좀 비슷한경우인가..
Commented by 반물질호빵 at 2005/02/21 20:45
시노님, 해피SF무크 사세요. 최고에요.

제가 베르나르씨를 안좋게 평가하는 이유는, 분명히 과학소설을 쓰고 있는데도 그 본인이 요상하게 관련 과학 고증에 충실하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타나토노트의 혼이 어쩌구니 은하계의 중심으로~ 전파로 추적~ 운운하는 부분에서는 참으로 실망해버렸습니다.(광속이 몇이고 은하계 크기가 몇인지만 알아도 전파로 영혼을 추적하고 한다는 게 얼마나 얼토당토않은 일인지 아실겁니다.--;)
요즘 쿼런틴을 읽고 있는데... 그렉 이건의 글을 읽으면서 베르나르의 글과 비교해보니 과학에 대한 안목의 차가 현격하게 드러나 버리더군요. 물론 쿼런틴이 더욱 더 전문적인 하드 SF니까(내용에서 양자역학과 나노테크를 다루고 있다면 말 다했습죠) 그런식으로 차이가 나는 것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렉 이건씨와의 인터뷰 중에 '마지막까지도 과학을 이해하려 애쓰고 있을 것이다.' 라는 답변을 보니 기본적으로 자세의 차이가 드러나는 것 같더군요. 그 오래간의 관찰 끝에 써냈던 개미에 들인 자세가 어디로 가버린건지... 쩝.

베르나르씨. 개미의 자세를 다시 한번 보여줘요.
Commented by 시노조스 at 2005/02/22 05:31
팽군님, 개미는 재밌었죠. 아니 베르나르 책들은 다 스토리를 따라가는 재미만 있고, 실제적인 주제는 매우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아는 사람인데 존대를 써야할까 하다가 에라 -_-;)

호빵님, 정확한 지적입니다. 과학소설이라 표방하는데 과학적 논리 부족에 새로운 아이디어라고 표방(이건 펜들이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하고 사실 별로 새로울게 없고..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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