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02월 13일
물이 답을 알고 있다고?
전 그 책을 읽어본 적은 없으나 헛소리를 써놨다는 것만 기억하고 잊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건을 통해서 조금 떠들어볼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학기 중에 기숙사에서 지낼 때 같은 방을 쓰는 형이 취직에 성공하여 연수를 다녀왔었지요. 오고 나서 갑자기 물병에 '천사'라고 적는 겁니다. 너무 황당해서 왜 그러냐고 했더니 연수 중에 강의하러 온 사람이 『물은 답을 알고 있다』라는 책을 들고 와서 물이 긍정적인(?) 말에 대하여 반응을 한다고 주장하더군요. 스캡틱스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뭐라고 말을 해봤으나 평소에 쌓인 것이 많았는지 하나도 안 듣더군요. (-_-;;)



『물은 답을 알고 있다』가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과학/기술 카테고리에서 무려 3위를 차지하고 있더군요. 전에 2위였을 때도 목격했으니 상당히 오랫동안 베스트셀러로 등극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래는 알라딘의 책 소개로 나온 설명입니다.

물 연구가 에모토 마사루의 이색 사진집 + 물 에세이집. 에모토 마사루는 물에게 말과 음악을 들려주고, 글을 보여주면서 물의 결정이 각각의 경우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사진에 담았다(총 120컷). 참으로 특이하게도 물 결정은 들려준 단어마다, 음악마다, 그림마다 모두 달랐다.

'사랑, 감사'를 들려주었을 때 정돈된 깨끗한 형태를 띄는 반면, '망할 놈, 짜증나네 죽여버릴 거야' 같은 험악한 말을 들려주었을 때는 한결같이 결정이 나타나지 않았다. 에모토 마사루는 이를 두고 물이 사람과 똑같이 감정을 느끼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물이 문자를 읽고 그 의미를 이해하여 결정의 형태를 바꾼다는 말인데, 마사루는 이 밖에도 여러가지 물 실험을 통해서 물에도 의식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나아가 물은 정보를 전사하기 때문에 바닷물은 바다에서 일어나는 생명 이야기를, 빙하는 유구한 지구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의 근거는 무엇일까?
모든 물질과 감정, 생각은 파동으로 전달되는 데 이 파동이 물에 영향을 주어 이런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 즉, 의식과 물질은 하나로 통한다는 것이다. 이 책이 출판되자 일본과 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많은 사람들이 이 물 의식론에 동의했다고 한다. 참 이색적인 일이다.


과학/기술 분야로 분류되어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것 같으니 그 과학적 사실이라는 것이 대단할 줄 알았지만 별거 아니군요.

언어에 파동이 있고 그 파동을 물이 이해한다는 주장을 하는군요. 그리고 언어와는 상관없이 파동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그런 대단한 초과학적 사실에 대하여 왜 과학자들은 아무 반응이 없는 걸까요?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말이죠. 검증하기도 매우 쉽습니다. 언어에 어떤 파동이 있다는 것을 검증하려면 그저 실험자가 모르는 언어에 대하여 실험을 해서 검증하면 됩니다. 이런 간단한 실험을 성공했다는 사람이 아직도 없을까요?

에모토 마사루가 증거라고 내세운 사진들도 의미가 없습니다. 물이 일정량 얼면 그 안에 대체 몇 개의 결정이 생긴다고 생각합니까? 그저 결정들을 잘 골라내어 찍으면 그만인 것입니다.

아래는 알라딘의 서평란에서 찾은 어떤 사람의 글입니다.
물리학적인 근거가 없고 단지 실험을 통한 결론이다. 난 이책을 읽고도 이 실험이 과연 제대로되게 이루어졌는지 조차도 의심스럽다. 거기서 읽었던 내용중 어처구니가 없어서 덮어버렸던 내용이 있었는데 솔직히 너무 화가나서 다 읽지고 않았다. 2권다 선물을 받았는데 갖다버리기는 아까워서 눈에 안보이는 곳에다 꽃아 놓았다. 물이 우주에서 왔다는 소리까지는 어느정도 이해를 할순있겠다.(물론 지금은 말이안되지만) 하지만 수건에 물을 적시면 중력을 무시하고 위로 올라간다고? ㅎㅎ 한심하다

이것만 봐도 책 내용을 능히 짐작 가능합니다. 중력을 무시하고 위로 올라간다고요? 중등 교육을 마친 사람이라면 모세관 현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장황하고 초과학적인 갖가지 가정들을 동원하여 이것을 증명하는 것보다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에모토 마사루가 거짓말을 하는 것입니다. 그저 사기를 쳐서 돈을 벌고 있을 뿐입니다. 그의 홈페이지( http://www.hado.com/ )만 봐도 압니다. 물의 신비를 강조하면서 이것저것 물건을 팔고 있지요. 그저 사기꾼일 뿐입니다.

문제는 그 주장을 믿는 피해자들에게 있습니다.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것을 의심해보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습니다. 이 책이 증산도에서 많이 권장하는 책이라고 하는군요. 그래서 증산도의 사람들이 읽는가 싶었으나 서점 알라딘의 서평을 보니 꼭 그렇지 않더군요. 이 책을 사실인 것처럼 믿고 물이 파동을 이해한다고 생각해버리는(예. 이건 생각을 한 것이 아니라 생각해버리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물이 답을 알고 있다고요? 제가 진짜 답을 알고 있습니다. 에모토 마사루는 사기꾼입니다.
별 대단할 것도 없는 이런 사기에 놀아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관련 링크:
쿠님의 포스트: 물은 정말 답을 알고 있을까?
http://blog.naver.com/quh/120002103208
by 시노조스 | 2005/02/13 23:36 | Skepticism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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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취월백랑翠月白狼 at 2005/02/13 23:43
에모토 마사루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나라 말로 욕하건 히랍어로 욕하건 라틴어,심지어 산스크리스트어로 욕해도 알아듣는거군요.[......]
과학이라는 권위를 뒤집어 쓰면-그게 구라과학이든 진짜과학이든- 진실로 보이는게 요즘 세태지요. 중세때 신의 권위를 뒤집어 썼을때 처럼요.
Commented by 시노조스 at 2005/02/13 23:56
예. 심지어는 위의 책처럼 절대로, 전혀, 하나도 과학과는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렇게나 실험 비슷하게 대충해서 "봐! 이랬어!" 라고 써놓은 책과 함께 약간의 "교수"라는 권위만 보여주면 덥석 믿어버리지요.
Commented by 클리세 at 2005/02/14 18:18
저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시노조스님 글을 읽다보니까
갑자기 한번 빌려다 보고 싶어졌어요. 내용이 궁금해요 ^^ㅎ
(생각했던 것보다 그 책이 인기가 많은가보네요 ^^)
Commented by 수령사마 at 2005/02/16 01:02
^^ 보면서 낄낄거리며 뒹굴었던 기억이 납니다만. 흐흐흐흐..
Commented by 도맹 at 2005/02/17 00:04
증산도이야기하니까 고등학교때 수학 선생이 하라는 수업은 안하고 맨날 증산도 수업하면서 이것이 개벽이다 책을 강매하던 때가 생각나네요:-) 링크신고합니다.
Commented by 시노조스 at 2005/02/17 02:12
클리세님, 저도 도서관가서 찾아 읽어봐야겠습니다.

수령사마님, 엄청 재밌나보군요. 꼭 읽어봐야지 -_-;

도맹님, ... 그 선생 광신도인가보네요. -_-; 하긴 증산도 자체가 의심스러운 단체이니
Commented by leiness at 2005/02/18 02:22
뭔가 판타지스틱한 내용이군요. 게다가 물이 여러 나라 말을 모두 알아듣는 모양이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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