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04월 11일
뭐, 그런 생각으로 위안이 된다면야!
『지상 최대의 쇼』/ 리처드 도킨스 / 김영사 / 523p부터
맵시벌은 희생자를 마비시키되 죽이지 않는다. 그 안에 알을 낳아서, 유충들이 속을 갉아먹도록 한다. 맵시벌과 자연 전반의 잔인함은 빅토리아 시대 신정론의 주된 성찰 대상이었다. 왜 맵시벌이 고민 대상이 되었는지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암컷 맵시벌은 애벌레 같은 살아 있는 곤충의 몸 안에 알을 낳기 전에 애벌레의 신경절 하나하나에 세심하게 침을 놓는다. 희생자의 온몸을 마비시키되 계속 살아 있게 해서, 그 안에서 자랄 제 유충들이 늘 신선한 고기를 먹게 한다. 유충은 유충대로, 애벌레의 내장기관을 엄격한 순서에 따라 먹어간다. 지방이나 소화기관을 우선적으로 먹고, 심장이나 신경계 같은 핵심적인 기관들은 마지막으로 미룬다. 애벌레를 살려두려면 그래야만 하는 것이다.
다윈이 통렬하게 지적했듯이, 대체 어떤 자애로운 설계자가 그런 것을 생각해내겠는가? 나는 애벌레가 고통을 느끼는지 아닌지 알지 못한다. 그저 느끼지 않기만을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하지만 내가 한 가지 확실히 아는 사실은, 자연선택은 절대 애벌레의 고통을 덜어주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모든 움직임을 마비시키는 경제적인 방법으로 쉽게 그렇게 할 수 있더라도 말이다. 굴드는 19세기 선구적 지질학자였던 월리엄 버클랜드(William Buckland) 목사의 말을 에세이에 인용했다. 목사는 육식동물이 일으키는 고통에 대해 어떻게든 낙관적인 견해를 가지려고 애쓰며 스스로 위안을 삼은 듯하다.

동물이 육식동물에게 죽음을 예고받는 방식으로 존재를 마감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은혜로운 일이다. 그것은 보편적인 죽음의 고통에서 상당한 양을 덜어낸 상황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짐승의 생애에서 비참한 질병, 우연한 사고, 만성적인 쇠약의 가능성이 줄어들거나 거의 없어지기 때문이다. 유익한 효과는 또 있다. 동물들의 수가 지나치게 증가하는 것을 억제하여, 식량 공급이 언제까지나 수요와 적당한 균형을 이루게 해준다. 그 결과, 땅과 물에 수많은 생명이 항상 넘치고, 그들의 생명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동안 기쁨을 누린다. 그들은 자신에게 할당된 짧은 기간 동안에 자신에게 주어진 창조의 목적을 즐겁게 달성한다.

뭐, 그런 생각으로 위안이 된다면야!


...도..도킨슼ㅋㅋ
by 시노조스 | 2010/04/11 18:15 | Skepticism | 트랙백 | 핑백(1)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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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30~60%가 다른 남자에 의해 죽는 사회 (http://fischer.egloos.com/4438270) 2. 맵시벌 이야기; http://sino.egloos.com/4721024#4721024_1 3. kalaazar ; http://en.wikipedia.org/wiki/Kalaazar ... more

Commented by 漁夫 at 2010/04/11 18:50
저거 하나만 봐도 자애로운 신이란 관념은 단지 garbage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에게도 저리 고통스러운 병이 없냐면 그것도 아니지요.
Commented by 초딩악플러 at 2010/04/11 21:27
단지 초월적인 존재(신?)이 그 높은 곳에서 바라보시기에 "우왕ㅋ굳ㅋ" 하실 뿐이지..
애벌레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겠지요 (표현 자체는 지나치게 가벼운 느낌이 드는데..)
근대 이전의 지배자라든지, 부르조아지라던지..
백성을 죽이지도 살리지도 말라!
가 생각나는군요.
그래야 효율적으로 쥐어 짜낼 수 있을테니...
Commented by 궁상각치우 at 2010/04/12 01:25
도킨스 옹은 글을 맛깔나게 써서 좋은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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