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2월 01일
판타스틱 2월호의 어슐러 르 귄 인터뷰 일부.
판타스틱 이번 호에는 드디어 어슐러 크로버 르 귄의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4장의 인터뷰 (1장은 사진) 중 인상 깊었던 일부만 써봅니다. 사서 보시길 권장합니다. ^^;




Q.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그리고/혹은 자신의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UKL. 제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심미적인 요소에요. 이야기를 예술 작품으로 만드는 특질이죠. 물론 이런 특질을 딱 집어내기는 퍽 어렵지요. 특히 산문 소설에서는요. 아름다움, 언어의 아름다움, 균형 감각, 지적인 깊이와 명징성, 깊이 있는 감수성, 풍부한 상상력, 솔직한 감정 등의 표현을 쓸 수는 있겠지만 그건 추상적인 개념일 뿐이고, 그것들을 소설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던가요. 게다가 그 모든 기준을 다 갖춘 소설이 얼마나 되겠어요! 그래도 제게는 어느 정도의 미적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글은 의미가 없어요. 시간 낭비죠.

Q. 쓰신 책들을 읽으면서, 특히 1960-70년대에 쓴 '헤인' 시리즈를 읽으면서 이쉬의 일이 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가 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후략-

UKL. -전략- 어쩌면 그것이 인류학자를 뒤집어놓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 역설이 저를 더 매료시켰을지도 모르겠군요. -중략- 이쉬는 낯선 사람들 사이에 숨어살면서 자신이 누구인지, 어떻게 살았는지 숨기려 했어요. 결국에는 그도 낯선 이들 사이에 나서서 그들의 방식을 배워야 했고, 그와 동시에 자신의 방식도 가르쳤지요. 한 사람 안에서 완전히 이질적인 두 문화가 만나는 것은 언제나 의미심장하고 마음에 사무치는 일이에요. 내가 쓰는 많은 이야기가 그런 만남에 대한 것이지요.
'이쉬'에 붙은 주석: 이쉬는 야히족 최후의 생존자로 북아메리카에서 유럽 문화와 무관하게 생활한 마지막 인디언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숨어살다가 1911년 백인에게 발견되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발견자들은 그를 당시 북미 인디언 연구로 유명했던 캘리포니아 대학의 인류학과 교수 알프레드 크로버(어슐러 르 귄의 아버지)에게 맡긴다. 크로버는 이쉬를 박물관 직원으로 채용하고 야히족의 언어와 문화를 연구했으나, 이쉬는 병으로 죽었다. 그의 이름 '이쉬'는 야히어로 '인간'을 의미하며, 아무도 그의 본명을 알지 못했다. 야히족에게는 자신의 본명을 말하는 것이 터부였기 때문이다.

Q. 몇 작품에 걸쳐 '이름'이라는 주제에 천착하는 모습을 보이셨는데요. 진정한 이름, 이름의 의미, 이름 짓기 같은. 여기에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UKL. 글쎄요, 작가라면 누구나 무엇인가를 표현하기 위해 정확한 말을 찾으려 하지요. 거의 맞는 말도 아니고 그럭저럭 맞는 말도 아니고 딱 맞는 말을요. 쓰고 있는 것에 대해 정확한 표현을 찾았다면, 그 글은 제대로 쓴 거에요. 이건 분명 마법사가 진정한, 정확한 이름을 알면 그 사물 또는 사람에게 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이름의 마법'과 비슷하지요. 이런 마법은 몇천 년 동안 전 세계에서 실행되어 왔어요. 전 마법사는 아니지만 작가니까요. 말의 힘과 이름의 힘을 믿지요.


한국 독자들에게 건네는 인사. 태평양 건너에서 따뜻한 인사를 건넵니다! 한국에는 매혹적인 이야기와 문학적 전통이 있다고 알고 있어요. 한국 작가들이 상상력을 끌어내는 한국만의 방식을 찾아내길 기대합니다. 남미 작가들이 했던 것처럼요.



아주 약간만 써봤습니다. 역시 르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SFF(에세프 앤 훼너지)와는 다른 느낌의 글 말이죠. 르귄의 글은 보다 묘사에 치중하고 있고 천천히 진행하고, 이야기에 중점을 두기 보다는 세계관에 중심이 있지요. 덕분에 조금 졸리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르귄만한 글을 쓰는 사람도 찾기 쉽지 않습니다. (몇 권 안 봤지만요. -_-; 하하)

르귄 좋아하시나요? 아직 못 보셨다면 『바람의 열두방향』이라는 단편집부터 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여기에 하나 사연이 있는데 아직 세계의 전복경이감에 익숙하지 않던 독자에게 『바람의 열두방향』을 읽혔더니 한 달이 가도록 절반 정도 밖에 못 읽고는 재미가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포기하고 돌려받은 후 『마니아를 위한 세계 SF 걸작선』/ 홍인기(편역) 를 빌려줬습니다. 처음에 투덜거리며 몇 개 읽기 시작하더니 재밌다고 말하며 끝까지 읽더랍니다. 그 후 『바람의 열두방향』를 읽혔더니 정말 재밌다고 하더군요. -_-; (SFF의 진입 장벽이랄지...)

PS_인터뷰 마지막에는 르귄 여사의 주소와 싸인을 받는 방법이 적혀 있습니다. ^^;
PS2_르귄의 공식 홈페이지 http://www.ursulakleguin.com/
PS3_오오 르귄 오오... ☆☆☆ 승리의 르귄 여사 ☆☆☆
by 시노조스 | 2008/02/01 19:06 | Book and idea | 트랙백 | 덧글(2)
트랙백 주소 : http://sino.egloos.com/tb/3602124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8/02/16 20:27
이시의 이야기는 크로버 관장의 두번째 부인이자 르귄여사의 어머니이신 테오도라 크로버가 Ishi in Two Worlds 라는 제목의 전기문으로 펴냈는데 무려 어릴적에 봤었던 에이브 시리즈에 이 책이 '마지막 인디언'이라는 제목으로 끼어 있어서 아주 인상깊게 읽었던 기억이 있죠.

아톰의 작가로 유명한 테즈카 오사무도 '원인(原人) 이시의 이야기'라는 단편으로 그린 적이 있는데 여기서는 크로버 박사의 조수이자 문명우월주의자인 토머스 워터맨이 이시를 무시하다가 순박하면서도 긍지높은 그의 인간성에 감화되어 둘도 없는 친구가 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실존인물 워터맨도 이시가 죽었을 때 평생지기를 잃었다며 굉장히 슬퍼했었다고)

문제는 이 만화에 워터맨 역으로 출연한 게 무려 테즈카 미형배우 1호인 록크 호움이었다는 거지만 이건 또 다른 얘기...OTL
Commented by 시노조스 at 2008/02/17 15:09
잠본이 님/ 역시 잘 아시는군요. 감사합니다. (_ _)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