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10일
온라인 게임의 추억.
진산 마님의 와우 공격대 이야기: http://www.murimpia.com/tt/mars/tag/WOW

책 한권 분량이 되는 진산마님의 WOW 공격대 이야기를 하루 종일 읽었습니다. 언젠가는 읽어야겠지 하고 마음먹었던 일인데 갑자기 생각나서 몰아서 해버리는군요.

WOW를 오픈베타가 시작하자마자 시작한 기억이 납니다. 당시 블리자드가 MMORPG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예의주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바로 시작했고 사람들은 많았고 서버는 터져나갔고 몹보다 플레이어가 더 많아서 줄도 서봤으며 그래서 더 재밌었습니다.(그래서 학점은 개판-_-) 아직도 와우를 하면서 파티플레이 하던 기억이 납니다. 5명이 하는 작은 렙30대 인던이었지요. (인스턴트 던전. 1개의 파티플레이를 위해 임시로 생성된 던전을 말합니다.) 당시 서비스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공략법이라던가 그런 정보가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맞이한 ‘조금은 제대로 된 인스턴트던전’를 깨부수려고 발버둥치던 기억이 납니다. 같이 하던 녀석 한 명은 옆 컴퓨터에 앉아 있었고 나머지 세 명은 길가다 만나서 퀘스트를 같이 하던 플레이어들이었는데 아무도 게임을 종료하지 않고 다음날 아침 7시까지 해법을 연구하여 잡아나갔더랍니다. 완수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서로 재미있게 했다는 여운을 남기며 흩어졌었지요.

이후 와우를 그만 둔 것은 전역을 해보니 이미 다들 만렙이 기본이 되어있었고 콘텐츠는 차고 넘쳐서 어디가 어딘지 잘 알 수도 없게 되었고, 치명적으로 작용한 것은 렙40부터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커뮤니케이션도 없이 몹을 잡아나갈 정도의 인내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무 대화도 없는 게임은 MMORPG가 아니고 게임도 아니고 그냥 마우스 클릭일 뿐입니다.

진산님이 어떤 던전이나 몹의 파해법에 대해 줄줄 꾀고 계신걸 보니 그 열정이 느껴지고 아 정말 재미있게 하고 있구나 싶어서 부럽더군요. 하지만 진산님의 이야기를 보며 주목한 것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입니다. MMORPG라는 것은 어쩌면 그냥 여러 사람을 대충 아무 서버에나 처넣은 다음 이것저것 시키는 게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심지어 그런 상황에서도 예외의 상황. 사람들과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MMO는 특별하고, 정말로 누군가가 살고 있는 세계에 참여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그래서 진산님의 와우 공격대 이야기에는 사람과 사람간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가 반인 것 같습니다. 저런 공격대에 들어가 있다면 정말로 게임을 두근두근하게 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제가 온라인게임을 시작한 것은 포트리스2 입니다. 당시 모뎀으로 접속해서 게임을 즐겼는데 곧잘 새벽까지 했습니다.(전화비가...) 만약 게임 중에 서로 채팅을 할 수 없었다면 아무 재미도 없었을 겁니다. PC에 혼자 깔아놓고 하는 턴제 슈팅을 하고 말지요. 기묘한 상황이나 웃기는 상황이 나오면 서로 웃고 난리 치고 잘 했네 못 했네 하는 그런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머드의 나락을 잘 피해서(머드는 텍스트 환경을 보니 왠지 전화비의 악몽이 생각이 나는 까닭에 -_-) 울티마 온라인 지옥으로 떨어졌습니다. 젠장.

정말 년 단위로 끊어서 집중한 게임은 울티마 온라인 밖에 없을 겁니다. 울온은 아직도 스톤즈 음악을 들으며 추억에 잠기고는 하는 게임입니다.

스톤즈 듣기(재생 클릭):

PC방이 창궐-_- 하는 시대에 같이 알게 된 울온은 어떤 알아주는 폐인 게이머 녀석이 아저씨들 틈바구니에서 그 당시 학생은 생각도 하기 힘든 ‘쿠폰 현질’을 하면서 당시 PC방 이용요금 2000원을 부담하며 하는 것을 지켜봤던 기억이 납니다. 타 온라인 게임인 스타크xxx 라던가 IPX로 재미있게 즐기던 델타포x 라던가 게이밍존을 휩쓸던 레인보우xx 같은 게임에 비해 조잡한 그래픽에 딱딱 끊기는 울온 특유의 프레임을 보고 피식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녀석은 울온이 엄청나게 재밌는미친듯이이건진짜물건인데꼭해야하는하지않으면게이머도아닌 게임이라고 선전했지만 귀에 박히지도 않았죠. 하지만 인터넷 라인이 보급되어 전 가정의 인터넷 시대가 꿈틀거리는 시점에서 지인들과 CQM이라는 괴 메신저(-_-)를 통해 대화를 나누던 중 울온 프리샤드의 존재를 알아버립니다. (프리샤드란 프리 서버를 말합니다. 정식 회사에서 만든 서버가 아닌 누군가 해킹 등을 이용해 만들어낸 운영 프로그램을 돌리는 사설 서버를 말합니다. 거의 모든 온라인 게임들은 프리샤드를 불법으로 규정해 적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울티마 온라인의 운영사에서는 특별히 프리샤드를 찾아내서 막는다거나 하는 대책을 안 쓰고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미 사람들이 시작한지 오래된 게임은 로망이 부족합니다. 뭔가 정복했다는 느낌이나 혹은 상대적인 빈부격차가 두렵기 때문이죠. (갑자기 진산님 이야기에 남자애들이란남자애들이란 이라는 ....문구가 떠오르는군요. -_-) 정식서버는 볼장다봤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어떤 유명 프리샤드에 친구A와 함께 진출했습니다. 첫날 저희는 어찌어찌 얻은 정보로 mIRC라는 커즈드 채팅 프로그램을 알게 되어 설치했고 그날 CQM은 뇌리에서 잊혀졌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저떻게 캐릭터를 만들어서 곡괭이를 한개 들고 미녹에서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미녹은 광부마을이고 울티마 온라인의 직업군은 정말로 직업이기 때문에 정말로 ‘땅만 팝니다’ 하지만 재밌었습니다. 울온의 시스템은 특별히 PK 제한이 없기 때문에 게임 내의 도덕가치 판단은 유저 몫이었고 그야말로 머더러(살인자)들 천지였죠. 땅파다 죽었는데 곡괭이를 빼앗겨서 가슴이 벌렁벌렁했습니다. (아 내 곡괭이 ㅠㅠ) 이후 원래 있던 친목 클랜을 중심으로 하는 길드가 세워졌고 그 와중에 사기도 있었고 누구는 떠나갔고 누구는 몰래 돌아왔다가 걸리는 등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만약 울티마 온라인이 그저 땅을 좀 파다보면 스킬이 오르고 얻어낸 금속으로 망치질이나 하고 그러면 갑옷이 나오고 그걸 팔고 하는 게임이었다면 금방 그만뒀을 겁니다. 땅을 파다보면 누군가 와서 말을 걸어주고 누군가는 와서 공격을 하고 도망가고 누군가는 제보를 받고 나타나 살려주고 지나가던 누군가가 곡괭이를 하나 주고 그렇게 하다보니 갑옷을 만들게 되고 그 갑옷을 내가 아는 누군가가 잘 입어서 쓰게 되는 게임이죠.

관련 글: [추억의 울티마 온라인.]

이후 프리샤드의 고질적인 문제인 서버불안과 비리로 인해 지금은 그만두게 되었고 나중에 다른 프리샤드를 몇 개월 해봤지만 오랫동안 정을 붙이지는 못해서 다시 시작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그 이후로 MMORPG 시작할 때는 울온의 추억과 경합을 겨루어서 몇 합을 버텨내는가가 중요해졌습니다.

와우는 참 잘 버틴 게임이었지요. 지금은 둘 다 추억입니다.

하지만 당시 같이 즐기던 플레이어들은 아직도 IRC 채팅 채널에서 만나고 있습니다. 그 중에 친해져서 실제로 만난 분들도 많습니다. 진산님 글의 대목 중에서 ‘일기일회一期一會’ 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 제 글을 읽으시는 누군가도 저와는 일생에 한번 만나는 누군가입니다. ^^; 온라인은 재미있습니다.

게임은 게임일 뿐이고 온라인의 인연은 흐리다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겁니다. 그게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게임이 게임일 뿐이라 접속해서 수없이 들어차있는 사람들은 아이템의 거래대상, 레벨업의 도구 정도로만 인식하기에는, 진산님 말씀대로 게임에서도 처절한 현실을 맛보기 위해서라면 게임을 할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게임을 합니다. 저는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일. 5명의 사람들이 끙끙대며 서로를 다독이며 던전을 깨던 그 순간을 겪고 싶기 때문입니다.


PS_최근에는 던파를 하고 있습니다. 카인서버입니다. ㄱ-)
by 시노조스 | 2007/11/10 02:56 | Game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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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하노이지 at 2007/11/11 16:25
게임에 대한것

게임외의 것

커뮤니티는 게임 외의 것 이었었었었읍죠

그렇다면

온라인 커뮤니티와

오프라인 커뮤니티는

뭐가 틀릴까요 ?
Commented by Weballergy at 2007/11/17 13:13
울티마온라인!

.......

나 입대하기 전날 밤까지 던전앤드래곤 온라인 했는데

(.........)

하아 벌써 8개월 전.!
Commented by 시노조스 at 2007/11/17 19:54
하노이지 / 똑같음.
웨우 / ....상병은 아직 멀었네. 더 굴러야겠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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