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7월 19일
『제5도살장』/ 커트 보네거트
보네거트는 스무 살 때인 1943년에 일등병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다. 1944년 12월22일 벌지 전투에서 독일군에 생포된 그는 다른 포로들과 함께 드레스덴으로 압송되어 제5도살장이라고 불리는 건물에 갇히게 되고 그곳에서 ‘유럽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학살’을 직접 목격한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전쟁에 대한 부분은 대부분 사실이라고 한다. 소설의 주인공 빌리는 그대로 보네거트 자신이다. 종전 후 보네거트는 소설을 바로 쓰려고 했지만 『제5도살장』을 쓰기까지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제5도살장』은 정신분열형 소설이다. 책의 시간관은 이리 저리 갑작스럽게 옮겨 다닌다. 전쟁터 한복판에서 평온한 집으로 끔찍한 순간에서 안락한 순간으로 계속 옮겨 다닌다. 때문에 이 소설에는 전개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도 않는다. 위기나 절정의 순간도 존재하지 않는다.
역자가 후기에서 지적한대로 이런 전체를 한번에 보는 듯한 시간관에는 엄중한 설교나 비관론은 없다. 다만 슬픔을 표현했을 뿐이다. 그는 아직도 드레스덴 폭격의 현장에 있다. 그 순간에 느낀 슬픔과 분노는 여전하다. 이 책은 소금기둥으로 써냈다.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71,379명이 죽었다. 드레스덴 폭격으로 135,000이 죽었다. 고성능 폭약으로 건물을 무너트리고 소이탄으로 철저하게 학살했다. 전략적 이유는 없었다. 아우슈비츠는 끔찍하다. 그래서? 이런 지적은 무의미하다. 짹짹.
왜 난 드레스덴 폭격을 모르는 것일까? 패자의 역사는 잊혀지기 때문이다.
보네거트는 말한다. "하느님, 저에게 허락하소서. 내가 바꾸지 못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정심과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와 그 둘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커트 보네거트는 2007년 4월 11일에 삶을 마감했다.

평화.




책속에:
p31: 나는 내 아들들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대량 학살에 가담해서는 안 되고 적이 대량 학살당했다는 소식에 만족감이나 쾌감을 느껴서도 안 된다고 늘 가르친다. 또한 대량 학살 무기를 만드는 회사의 일은 하지 말라고, 그리고 그런 무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경멸감을 표하라고 늘 가르친다.

p34:
롯이 소알에 들어가자 대지 위로 해가 솟았다. 그때 주께서 손수 하늘에서 유황과 불을 소돔과 고모라에 비같이 퍼부으시어 그 도시들과 모든 들과 도시의 모든 주민과 땅에 돋아난 푸성귀까지 모조리 엎어 멸하셨다.

그렇게 가는 거지.
다 알다시피, 두 도시의 주민들은 사악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없어지자 세상은 더 나아졌다. 물론, 롯의 아내는 그 모든 사람들과 그들의 집이 있는 곳을 돌아보지 말라는 명령을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돌아보았고, 나는 그 때문에 그녀가 마음에 든다. 얼마나 인간적인 행동인가.
그리하여 그녀는 소금기둥이 되었다. 그렇게 가는 거지.

by 시노조스 | 2007/07/19 15:53 | Book review | 트랙백 | 핑백(1)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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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글라스 아담스 『오늘의 SF 걸작선』/ 정은영, 정혜정, 최세민(편역) 『뇌』/ 베르나르 베르베르 『happySF 창간호』 『happySF 2호』 『제5도살장』/ 거트 보네거트 [ Fantasy ] 『천사들의 제국』/ 베르나르 베르베르 『타나토노트』/ 베르나르 베르베르 『어스시의 마법사 1, 어스시의 마법사』/ ... more

Commented at 2007/07/20 02:2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시노조스 at 2007/07/21 12:24
비밀글 님/ 기억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읽는 책이 별로 없다보니 새 시리즈를 만들기에 역부족이네요. 열심히 읽어서 4번째 믹싱스페이스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
Commented by 안미연 at 2007/07/22 13:25
;;; 안녕 . 매번.. 알바때문에

바빠서 들어올시간도 없네.

책은 더더욱.. 활자의 압박;ㅁ; 흑흑.. 책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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