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6월 04일
근본적인 불균형. 성별의 탄생과 불평등.
세상은 처음부터 불균형하게 탄생했다. 아니 정확하게는 세상의 일부는 불균형하다. 하늘의 별을 보라 한 점에서 탄생한 모든 물질들이 지금 균형 있게 흩어져있는지 말이다. 우주에 중앙이 있다면 그 중앙을 중심으로 대칭되게 늘어서 있냐는 말이다. 전혀 그렇지 않다. 이 태양계도 마찬가지고 내 앞의 컴퓨터도 마찬가지고.

물질의 불균형함은 양자역학 탓이다. 불균형에 의한 불평등은 어쩌면 우주의 시작부터 당연하게 진행되었다. 여기 지구에서는 생물이 탄생했고 그 시작부터 뛰어난 전략은 살아남고 그렇지 않은 전략은 몰락했다.

어느 날 생명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것들을 자기복제자라고 하자. 점점 교묘한 것들이 살아남고 그 중에 몇몇 것들은 자신의 설계도를 지니고 그것을 전달하여 설계도를 토대로 신체(단백질)를 구성하기 시작했다. 이제 그것들이 살아남았다. 세월은 흐르고 이제 모여서 사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는 것이 증명되기 시작되었다. 다들 설계도(DNA 혹은 RNA)를 하나씩 지니고 있는 자기 자신과 함께 모여 살기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도 얼마 안 가서 유익한 돌연변이가 종 개체 전체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자기 복제만 하는 개체보다는 1개의 세포로 시작하는 방식의 번식 법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 입증되었다.(돌연변이에 의한 다양성이 증가하므로) 그래서 이 시점에서 번식 이라는 것이 존재하게 되었다.

결국 세포 1개로 시작하는 방식의 번식법으로 살던 생물들이 있다. 이들 세포 설계도의 어떤 것들은 미묘하게 다른 것들보다 크게 생식 세포를 만들었을 것이다. 여기서부터 성은 시작된다. 미묘하게 다른 것들보다 크게 만들어진 생식 세포는 자라남에 있어서 다른 세포들보다 유리했다. 결국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선택된 큰 생식 세포는 그렇지 않은 것들보다 유리했다.
그리고 다른 방식의 진화가 이루어졌다. 이는 평균보다 작은 크기를 가진 생식 세포로 다른 생식 세포에 융합되는 방식으로 유리하게 번져나갔다. 점점 더 작은 크기를 가지고 여러 개를 복제해서 노릴수록 자신의 복제품(결국은 DNA)를 퍼트리는데 유리했다.

성별의 구분이란 생식 세포의 크기로 쉽게 판별 가능하다. 마치 나비와 나방의 구분이 더듬이 끝에 몽우리가 있는지 없는 지로 판단 가능한 것처럼 말이다. 남성(수컷)이란 작은 생식 세포 여러 개를 이용하는 전략을 사용하는 개체를 말하며 여성(암컷)이란 큰 생식 세포 1개(혹은 소수)를 이용하는 전략을 사용하는 개체를 말한다.

이미 시작부터 불평등함은 예고되었다. 큰 생식 세포를 만드는 일은 많은 자원이 소비된다. 달걀을 생각해보라 얼마나 큰 생식 세포인가? (약간 극단적인 예이긴 하다) 결국 자원은 한정되어있고 기를 수 있는 아이의 수는 한도가 있다. 하지만 남성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이제 불평등함을 논할 차례다. 물 밖에서 생식 세포는 건조해지기 쉽다. 때문에 암컷의 체내로 정자가 주입되는 식으로 대부분의 생물이 진화했다. 여기서 문제는 이런 식의 수정 방법은 수컷이 도망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교미 직후 수컷이 도망가버린다면 암컷은 자식을 포기할 것인가 또는 기를 것인가 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 어느 쪽이든 불리하다. 포기한다면 지금까지 들어간 에너지를 버려야 하고 계속 기른다면 다른 개체(수컷)의 유전자가 있는 자식을 길러야 하는 것이다. 수컷은 유리하다. 여기서부터 모든 구애행동(먹이를 가져다 달라던지 둥지를 지어야 하거나)이 시작된다. 아무튼 수컷이 도망가지 못하게 할만한 또는 도망가더라도 보상받을 것이 필요하니깐.
어류의 경우는 반대다 늘 젖어있는 물 속으로 정자와 난자(알)를 배출하는 식으로 수정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 짧은 순간 암컷은 그대로 난자를 뿌리고 도망가버리면 정자를 뿌리던 수컷은 선택에 직면한다. 수정된 자식들을 그대로 지킬 것이냐 또는 포기할 것이냐. 수생 동물들은 수컷이 자식을 지키는 경우가 빈번하다.

내가 시작부터 양자역학을 언급한 것은 똑같은 것들 사이에도 미묘한 불균형은 필연적으로(양자역학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미묘하게 큰 생식 세포는 세대를 거치면서 증폭되었고 결국 성별은 생겨났다.


도킨스의 통찰을 훔쳐다가 조금 써봤다. (도킨스도 다른 학자들의 논문을 계속 언급하긴 하지만 말이다. ^^) 결론도 결국 도킨스의 의견과 동일하다.
인간은 다르다. 결국 지성을 획득한 인간들은 DNA의 조종 앞에서 무력하지 않다. 성별간의 불평등이 생물을 지배하지만 인간은 다르다.
by 시노조스 | 2007/06/04 04:38 | Skepticism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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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한쓰 at 2007/06/04 13:00
....다르기 때문에 재밌지.
다르기 때문에 시끄럽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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