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5월 14일
선생과 선생님.
‘스승의 날’은 나에게 의미가 없었고 없고 없을 것이다. 애초에 반항적 기질이 강한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선생을 상당히 싫어했다. 초등학교 1학년 시골학교에 다닐 적의 기억은 나쁘지 않았다고만 기억한다. 이후 1학년 2학기 말에 지금 사는 곳으로 전학을 오면서 내 학창시절은 시작된다. 그 이후로 이사를 한 적이 없으니깐.

(사진은 고3의 여름방학 중 자율학습을 마치고 돌아가다가 찰칵)


초등학교 1학년의 선생은 시골에서 전학을 온 날부터 그렇게도 괴롭혔다. 이상하게도 다른 아이들에게 면제되거나 경감되는 나머지 공부를 나만 계속 했으니 말이다. 그때의 우울한 기억은 아직도 내 머리 속에 아무도 없는 어두운 교실과 비가 오는 어두운 낮의 어머니 얼굴로 기억된다. 머리가 굵어지고 나서 전후 사정을 생각해보니 그 당시 만연하던 촌지에 대한 압력이 아니었을까 싶다. 시골에서 와서 힘들게 일하시고 어린 날 돌보신 어머님은 얼마나 괴로우셨을까? 하지만 어머님은 굴하지 않았다. 나도 끝까지 나머지 공부를 했다.

할아버지 선생님과 함께한 초등학교 2학년은 즐겁게 흘러갔다. 이제 점점 성적도 오르고 적응이 되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할아버지 선생님에 대한 기억은 옛날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셨다는 기억밖에 없다. 3학년이 되어 할머니 선생을 만났는데 당시 내 성적은 치솟고 있어서 초등학교 다닐 때 다들 한번씩은 해본다는 1등도 해봤다. 당시 어린 나는 몰랐지만 고등학교쯤 되어 추억에 대해 언급하면 어머님은 그 당시 일이 바빴지만 아들이 1등을 한 기쁨에 자모회에 참석했다가 음식값을 치르셨다고 했다. 또 그 선생은 다시 촌지를 달라고 압력을 넣으셨다고 하더라. 물론 어머니께서는 묵살하셨다. 나 또한 그런 압력에는 굴하지 않고 잘 지냈다.

말썽꾸러기 아들은 4학년을 놀이와 함께 보냈다. 5학년이 되어서야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하나 나온다. 당시 나는 얼마나 건방졌던지 젊던 여자 선생님이 나와 몇 학우들에게 반성문을 쓰라고 했는데 반성문에 ‘선생이나 쓰라’는 요지의 건방진 글을 하나 써 올린 것이다.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부임하여 이리저리 치여 사시던 젊은 선생님은 냉담한 한 아이의 차가운 응답에 무척 속이 상하셨으리라. 선생님은 반성문을 써 오셨다. 하지만 젊으신 선생님은 끝까지 우리들을 잘 지도하셨고 형식에서 그치지 않은 조별 점수 제도를 1년간 유지하여 연말에 작은 군것질거리를 사주셨다. 내가 있던 조가 1등을 했다. 그것이 선생님을 흐뭇하게 했는지는 의문이다. 아직도 어린 학생들에 대한 희망을 잃지는 않았는지. 건방진 학생은 죄송할 따름이다.

초등학교 6학년의 생활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의 시대였다. 학생들은 저마다 선생이 되었다. 마음대로 살았다. 당시 우리 반을 맡고 계신 여자 선생님은 우리를 거의 포기하셨다. 너무나도 장난이 심한 학생이 반에 몇 명 있었는데 그들을 단속하는 것이 그리도 힘들어 보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만히 있던 내게 화가 난다. 그 장난꾸러기들은 선생님에게 “야 xxx야” 라면서 직접 이름을 불러댔고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는 날이 별로 없었다. 그 선생님께서 학생들에게 실망해도 하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중학교에 진학하고 사춘기에 접어들고 이상하게도 어둡던 학창 시절이 지나갔다. 연합고사를 보고 원하는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대학 진학을 위한 문에 들어섰고 선생님은 없었고 선생은 있었다. 하지만 난 배우는 것으로 즐거웠고 야자마저 즐겼다. 중고등학교에 선생님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건방진 학생은 다시 대학에 진학했고 선생님은 당연히 없었고 선생도 없고 교수가 있었다.

초등학교 때 건방지게 굴었던 나를 생각하며 아직은 선생, 선생님들에게 친절하고, 중학교 때 처음 영어를 배울 때 맞은 싸대기를 잊지 못하고 아직도 영어를 못하며, 고등학교 때 받은 체벌의 압력은 이제 폭력으로는 내 행동을 어찌하지는 못하게 만들었다.

건방진 학생은 지금도 선생님을 찾지 않는다. 어린 시절의 반항끼는 아직도 영향을 미치는지 난 배울 것만 찾고 혼자 공부하고 혼자 찾아본다. 몇 년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교수들에게 찾아가서 뭘 물어본 적이 없다.

괜찮다. 그게 나니깐. 그리고 나는 선생, 선생님, 교수들을 존경한다. 여러가지 의미에서.
by 시노조스 | 2007/05/14 03:16 | Cynicalness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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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안미연 at 2007/05/14 15:11
에.. 시노. 포스팅을 잘하는구나..
글도 조리있게 잘쓰고 멋져...
왠지 부럽다.
Commented by 륜사야 at 2007/05/15 01:38
전 운이 좋은지 나쁜 선생님들 보단 좋은 정말 선생님을 많이 만났어요^^// 엉망진창이었던 학창시절이었지만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말로만 듣던 촌지 문제를 이렇게 글로 보니 겐히 제가 막 맘이 짠하네요ㅠ^ㅠ
Commented by 시노조스 at 2007/05/15 02:07
안미연 / 글쎄 -_-;
륜사야 님/ 그냥 나쁜 기억만 또렷한 것이겠죠. ^^; 좋은 선생님도 있었겠지만 제가 워낙 기억력이 부족하고, 게다가 나쁜일만 '잊지 않겠다!ㄱ-)' 의 성격이라. ^^ 아하하하하하하.....ㅠㅜ
Commented by Amunsen at 2007/05/15 22:44
1등도 해봤다니 역시 천재였어 -_-;;;

앞으로 많이 도와줘...
Commented by 하노이지 at 2007/05/16 02:36
남들한테 주눅들지 않으려고 노력했었지 ..
돈도 없었고.. 먹는것도 그랬고..
새 옷도 사입은적이 거의 없었으니까..
Commented by 시노조스 at 2007/05/17 02:40
Amunsen / 천재문이 뭔소리람. ?!?!
하노이지 / ... 남들 따위 신경쓰지도 않았지. -_-; 조금 다른가. 하하
Commented by 천이 at 2007/05/18 21:17
하지만 선생과 사고난 적도 없었지. 인생이 다 그런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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