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5월 11일
감명 깊지 않은 감명 깊은 글.
오늘도 ‘고도원의 아침편지’는 도착했다. 하루에 한번씩 오는 메일링 리스트다. 책 속에 담긴 인상 깊은 구문과 함께 고도원씨가 약간의 덧글을 첨가하여 온다.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특히나 고도원씨의 해석이야 말로 아무것도 아니다. 작은 문구 하나로 깨달음을 얻으려는 시도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짧은 명언에는 분명 깊은 뜻이 담겨있지만 깊이 세기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 없다. 그 중에서도 특히나 아무 감명 없는 글들은 비유를 사용한 글이다. 뭐는 뭐 같다라고 하는 그런 글 말이다. 걔 중에는 깊이 생각하여 만들어낸 좋은 글도 있지만 대부분이 끼워 맞춘 글이다. 나도 하나 만들 수 있다. “사람은 하드디스크 같아야 한다. 하드디스크 같이 지치지 않고 돌아야 한다. 사람의 손은 하드디스크의 읽기 장치처럼 어떤 경우에도 정확하게 움직여야 한다. 하드디스크가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는 것처럼 큰 마음을 지녀야 한다.” 비유적으로 쓰여진 글은 내가 방금 지어낸 글 정도의 의미밖에 없다.

이런 저런 잡문은 제쳐놓고 좋은 글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바로 그 명문이 담긴 책의 그 부분에 있다. 그리고 자신에게 의미 있는 그 부분에 있다.

아로새기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오늘도 잡문이 눈앞을 떠돈다.
by 시노조스 | 2007/05/11 02:19 | Cynicalness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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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필립호빵 at 2007/05/13 01:46
논술 공부하다가 이런 글을 봤는데,

'제나라 환공이 단 위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아래에서 수레바퀴 깎는 윤 노인이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물었다. 옛 성인의 책이라고 환공이 대답하자 윤노인은 그 성인이 살아있는 사람인지 죽은 사람인지 물었고, 죽은 사람이라고 환공이 대답하자 전하꼐서 읽고 계시는건 옛 사람의 찌꺼기로군요 라고 지적했다. 노한 환공은 "감히 내가 책을 읽고있는데 목수따위가 시비를 건단 말이냐. 합당한 이유를 댄다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큰 벌을 받을 것이다." 라고 갈했다. 그에 윤 노인이 대답하길 "신이 나무 바퀴를 깎을 때 그 정확한 치수는 자식에게 정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이 나이에도 별 도리 없이 직접 바퀴를 깎는 것입니다. 옛 성인이 전하고자 하는 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옛 성인이 지은 책 역시 핵심적인 것은 정하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라고 하였다.

... 내 기억을 더듬은거라서 정확한건 아닌데 어쨌든 저런 말이고 별로 다른 부분이 있지도 않군. 어쨌든 저 글에 대한 반박을 하라는 주지의 논술이었어. 뭐라고 반박했냐면, 결국 핵심적인 부분을 우리가 직접 체감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쨌든 '글'을 읽음으로써 그 깨달음에 더 빨리 다가갈 수 있다... 라고 했지.
왠지 비슷한 경우라고 생각되는군.-_-;

말이 거창하지만 결국 요약하면 '생각을 해라' 쯤 되는 것 같아. 사실 다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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