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4월 07일
『도레미파솔라시도』/ 귀여니
『그놈은 멋있었다』(2001년 8월), 『늑대의 유혹』(2002년 1월)에 이은 책으로 2권 분량의 장편이다. 1권에는 음반이 부록으로 들어있다.

책을 잡기까지는 큰 용기를 내야했다. 독서에 관한 편향적인 취양이 더 넓은 독서 기회를 빼앗아간다고 생각한 후부터 닥치는대로 읽던 중에 가장 큰 시련이었다. 책을 100페이지까지 읽다가 갑자기 이걸 왜 읽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어 덮어버렸다. 바로 책장에 꼽아놓고 다른 책의 서문을 읽다보니 드는 생각은 ‘지금 저 책에 내가 졌다’ 라는 패배감이다. 이 느낌은 예전에 『총균쇠』같은 900페이지짜리 설명문을 700페이지까지 읽고 덮어버렸을 때의 느낌이었다.(아직도 『총균쇠』를 완독하지 못했다.) 패배감이 들자 바로 다시 꺼내들고 읽기 시작했다.

책의 이야기 전개는 드라마처럼 곳곳으로 날뛰며 끊임없이 이어진다. 일정량만큼 단락으로 끊어지기 때문에 단락의 끝부분은 다음 회를 궁금하게 만드는 구성으로 인터넷 연재소설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조금 읽다보니 전개가 계속 날뛰는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었다. 온갖 우연적인 사건들로 이어져가는 소설이라 그렇다.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해 온갖 우연이 동반되고 그 우연을 필연처럼 꾸미기 위한 처절한 복선은 웃음 짓게 만들었다. 갑자기 남자 주인공(신은규)이 미쳐버리는 주요 사건까지도 조명에 맞은 후 그렇게 되었다는 설명은 결국 이야기 자체를 작가가 원하는 식으로 ‘끌고’가기 위해 사건을 만들었다는 느낌과 함께 전체적인 구조 없이 그때그때 글을 만들어 나가는 ‘인터넷 연재’라는 한계를 그대로 느끼게 해 주었다.(머리통에 조명을 얻어맞았으니 뇌과의가 주치의일 것이다. 그걸 의식했는지 작가는 수술중이던 의사라고 표현했다. 곧 이어지는 대화는 그 의사가 정신과 상담을 해주는 장면이었다. -_-;)

과장된 배경 설정과 표현이 이 책이 정말로 허구(소설)임을 떠올리게 해주어 독서에 방해되었다. 조직폭력배가 삐쩍 마른 녀석에게 맞아 넘어지고 남자든 여자든 아무나 담배를 계속 피워대고(출현 인물들은 죄다 고등학생이다.) 늘 술을 마시며 맘에 안들면 주먹질을 해대는 상황들을 떠올리자면 오히려 판타지 같다는 느낌이다. 드라마『궁』처럼 무정부주의 시대라는 가상 설정의 대체역사 SF라도 된단 말인가?(그럼 인종은 헤인인(주석참조) 인가?) 이런 책이 인기를 끈다면 그 이유는 늘 공부에 붙들려 일탈은 망상으로나 할 수 있는 불쌍한 학생들의 대리 만족용이리라. 또 과격한 ‘있어 보이는’ 그들의 사랑은 또래의 여학생에게 대리만족용 환상을 보여줄 것이다.

#보너스: 궁금한데 읽기 싫은 분들을 위한 『도레미파솔라시도』 줄거리 ‘완벽’ 요약!
출현진: 윤정원, 윤재광(동생), 서현, 희원, 정빈. 등등 친구들

은규가 옆집에 이사오고 친해지고 은규 친구 희원이 있는데, 그는 예전 주인공의 적이고 이유인 즉, 희원 아비 뺑소니를 고발했고 희원은 친구들 시켜 주인공 패고 물론 술, 담배는 나오지만 여자 한명을 다수의 남자가 괴롭히면서도 검열에 안걸리게 책은 팔아야 하니깐 때리기만 하고 아무짓도 안하고 은규와 애인되려면 희원이 방해하고 모든 것을 알게 되어 셋 다 화해했다가 희원이 안사귀면 자살한다고 헛소리를 하자 은규와 헤어지고 희원과 사귀고 은규는 떠나버리고 희원의 박살난 가정이 복구되자 자살한다고 했던 것은 20페이지만에 잊어버렸는지 은규에게 가라고 그냥 놔주고 은규 찾아갔더니 조명등에 미련하게 뒤통수를 맞아서 외계인의 장난인지 뒤통수를 맞고 정신적 충격으로 미쳐서 바보가 되어버리고 데리고 살다가 뇌전문 의사의 정신과 조언에 따라 헤어진 날의 콘서트를 재현하라고 해서 그 당시의 모든 관객을 부르기 위해 ‘그놈은 멋없었다’에 이어 다시 출현한 정신 지배 시스템 system DA-MOIM을 가동하여 수백명의 애들을 남김없이 모아서 재현하자 은규는 정신을 차리고 다들 재밌게 놀면서 끝난다.

주: 헤인인: 어슐러 K. 르귄 의 '헤인' 세계관에 나오는 인종. 무정부주의를 택하여 전 우주에 가장 많이 흩어졌다.
by 시노조스 | 2006/04/07 20:20 | Book review | 트랙백 | 핑백(1)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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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Skeptic.Cynical(.. at 2007/09/05 17:14

... ERENT SEASONS」 중『Apt pupil』, 『Breathing method』/ 스티븐 킹(Stephen King) [ High teen ] 『도레미파솔라시도』/ 귀여니 『아웃 싸이더』/ 귀여니 『그놈은 멋있었다』/ 귀여니 [ ETC ] 『군바리와 고무신』/ 남지은, 김민호 ## 일반 [ ... more

Commented by mysticat at 2006/04/07 23:08
워우.. 도레미파솔라시도..
내용요약 정말 감사합니다 ㅠ_ㅠ;; 저 정말 책장이 안넘어가서 못 읽겠더라구요.
Commented by 시노조스 at 2006/04/08 00:07
참 읽기 힘들었습니다. 앞장과 별 다를바 없는 전개를 계속 본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죠 -_-;;;;;;;
Commented by 안미연 at 2006/04/08 10:55
;; 왠지 모르게 압박된다.. 읽어보려 했었는데...
Commented by 클랴 at 2006/04/11 13:47
고생 많으셨습니다..
Commented by 시노조스 at 2006/04/11 14:41
다음에는 목숨을 걸고 늑대의 유혹 같은걸로 도전.(-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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