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4월 06일
『말을 듣지 않는 남자, 지도를 읽지 못하는 여자』/ 앨런피즈·바바라피즈
남녀 차이를 ‘과학적’으로 정리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긴 서문에서 3년 동안 온갖 자료를 모아썼다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책속에 잘 녹아들지 못하고 통계 자료와 주장의 정합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성격의 결정에 유전이 결정적이고 성정체성(게이,레즈비언)은 호르몬이 결정한다며 우리의 뇌는 이미 운영체제가 깔린 상태로 시작한다는 주장을 한다. 즉, 이미 성향은 결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소 경향성이 존재함은 인정하지만 이런 주장에 쓰인 통계와 연구 결과에는 의문이 남는다. 성에 관한 문제이니만큼 자료가 비공개라서(자료 자체가 성 평등하지는 않다.) 저자도 온갖 연구자료 인용에 대한 출처를 명기하지 않았으며 사실 3년 모은 자료 치고는 너무 적다.(‘섹스’에 관한 단락에서는 ‘%’기호가 끝도 없이 나오지만 말이다. :-p)

이 성평등 회의적인 책을 회의적으로 읽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과학적’이라고 강조한 것과는 달리 과학적 소양을 의심할만한 문장이 다수 나왔기 때문이다. 혀의 위치에 따라 맛을 느끼는 세포가 분포되어 있다는 잘못된 상식 같은 것 말이다. 가장 어이없던 곳은 서문의 마지막에 ‘좋든 나쁘든 우리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행동은 다른 동물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우리 자식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된다. 당신이 새로운 기량을 학습하게 되면, 그것이 유전적으로 자녀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이 부분이었다. 저자는 중등 과학에나 나올 진화론의 ‘용불용설’과 ‘자연선택’의 기본적인 차이점도 이해하지 못 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지경이니 처음부터 끝까지 써먹는 주장인 ‘남자는 사냥꾼의 성향이니 이렇다. 여자는 둥지 보호자이니 이렇다.’라는 주장이 웃기게만 들릴 수밖에 없다. 책의 처음부터 저렇게 시작했으니 나중에도 ‘사냥을 하면서 얻은 능력을 물려줬다.’라고 한다. 이러니 웃기게만 읽힌다. 대체 남자가 멀티테스킹(한번에 동시에 일하기. -_-)이 안돼는 것이 예전에 사냥꾼이어서 사냥감 하나에 집중해야 했다는 설명을 하는데 뻔히 끼워 맞추기라는 느낌이 든다. 또 저자는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UI(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은 수학보다 인간 심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여성이 많이 진출했다고까지 하는데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프로그래밍에 대하여 흙 반죽으로 그릇 빚는 모습을 상상하며 넘겨짚었으리라. 프로그래밍의 본질은 ‘수’라는 사실은 배우지 않아도 파워유저 쯤 되면 다 아는 사실이다.

서문에서 저자는 ‘평균적’인 남녀를 다루었다고 시작한다. 통계라는 것은 당연히 그러하니 그게 당연하긴 하다. 다만 인간의 성격, 성향에 대한 ‘평균’은 (책이 맞다는 가정하에)그런지 모르겠지만 ‘분산’은 대단히 크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저자는 대충 그래프 하나 그려놓고 당연하다는 듯이 설명하는 식으로 아는 척을 마구 하는데 그런 수법은 90년대에나 통했다. 대충 공룡 같은 것 하나 필름에 긁어놓고 ‘네시가 나왔다’고 할 때 토토샵 같은 범용적인 조작 툴이 없어서 속았을 뿐이다. 온갖 오류로 기워 매운 책으로 사람들을 속이려 하지 마라.
by 시노조스 | 2006/04/06 09:30 | Book review | 트랙백 | 핑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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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차재문 at 2006/04/06 16:33
웃기다;;;
Commented by 케키야상 at 2007/02/01 19:17
혀의 위치에 따라 맛을 느끼는 세포가 분포되어 있다는 건, 잘못된 상식인가요? 옛날에 교과서에서 나왔었는데;;; 잘못된 사실로 밝혀졌습니까?? (<-진짜궁금)
Commented by 시노조스 at 2007/03/02 19:09
저도 갑자기 기억이 안나서 바로 검색해봤습니다. 결국 찾았네요.

http://imnews.imbc.com/mpeople/rptcolumn/722183_1842.html

발췌:

미각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의 권위자인 미국 예일 대학교 의대의 바터셕(Linda Bartoshuk) 박사는 ‘혀의 미각분포’는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일축한다. 지난 1901년 독일의 한 논문에 처음 등장한 내용을 하버드대의 한 심리학자가 잘못 번역하면서 전파되기 시작한 것이라는 것이다.
실 제로 이 학설은 지난 1974년 잘못된 것으로 독일에서 판명됐다. 바터셕 박사는 혀의 맛 봉우리(taste bud)가 있는 어느 곳에서든 단맛, 쓴맛, 신맛, 짠맛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혀의 부위에 따라 맛에 대한 민감성이 조금씩 다를 뿐이다.
Commented by 케키야상 at 2007/03/03 22:17
오, 그렇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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