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09월 27일
『솔라리스(SOLARIS)』/ 스타니스와프 렘

『솔라리스』는 1961년작 고전 SF소설이다. 사전에 『솔라리스』에 대하여 아는 사실이라고는 「솔라리스」라는 바다로 뒤덮인 행성이 배경이라는 사실뿐이었다.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솔라리스」는 생각보다 더 이상하다. SF다운 치밀함으로 그 이상한 행성의 이상한 현상들에 대한 과학계의 반응과 탐사의 역사가 소개되어있다. 그리고 「솔라리스」가 만들어내는 온갖 것들에 대한 설명은 읽고 상상하기만 해도 재미있을만한 또 다른 재미이다. 하지만 「솔라리스」의 그런 온갖 설명들은 사실 소설 자체의 내용에서 -「솔라리스」가 이상한 행성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역할 외에는- 중요하지 않다. 실제 소설의 중요 부분은 주인공이 미지의 생명과 조우하면서 일어나는 심리적, 존재론적인 내용이다. 어떻게 보면 ‘슬픈 사랑 이야기’ 까지 가볍게 볼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하지만 그렇게만 보기에는 아까운 소설이다.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주제(생각할 것들)는 상당히 많다. 심지어는 책의 주 내용과는 상관없는 정말로 특이하고 특별한 존재인 「솔라리스」라는 것에 대해서도 말이다. 하지만 주된 내용인 존재론적인 문제의 경우가 진짜 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솔라리스』의 그 존재론적인 문제는 『공각기동대』나 『매트릭스』 등등의 여타 SF들에서도 질문 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진짜와 정말 똑같고 부품 몇 개 정도 다른 가짜도 진짜 아닌가?’ 정도로 요약 가능하다. 여기서 이 대상이 인간이 되어버리면 심리적인 문제도 첨가가 된다. ‘어디까지가 인간인가?’, ‘자신의 뇌와 정확하게 같은 기억과 상태의 뇌를 가진 컴퓨터도 나인가?’ 따위의 문제들. 『솔라리스』에 가득 담겨있다.

『솔라리스』는 박진감 넘치는 장면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차분하고 느릿하고 신비로운 장면과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심리묘사에 재미가 있다.

역자 후기에서 옮긴이(안종철)가 가슴깊이 와 닿았던 문구라고 소개한 문구를 하나 소개한다. 뒤늦게 이 문구가 얼마나 깊은지 알아챈 것 같다.
‘나는 거기에 나 자신을 온전히 바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나는 두 번 다시 그 무엇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나 자신을 온전히 바치지 않으리라.’
지금의 나(지금 신분의 나)에게 너무나 와 닿는 말이다.

PS_예라고 생각나는 것들이 공갈기동대니 행렬이니 하는 것들뿐이니 스스로 내 지식의 바닥을 들어내 보이고 있습니다. 더 읽고 더 읽자! ㄱ-)
by 시노조스 | 2005/09/27 04:47 | Book review | 트랙백 | 핑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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